리뷰

"스토리마케팅"이란 것을 제대로 하고 싶다면-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때는 서핑을

스트러글러 2023. 6. 27. 11:10

제목에 이끌려서 보게 된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마케팅 일을 하다보니 '브랜딩', '스토리마케팅'이란 용어를 자주 듣습니다. 의사결정을 책임지는 분들도 '제대로된 마케팅을 위해선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라는 말을 많이 하시죠. 다만 그 스토리텔링의 '진정성'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시는지, 그냥 제품에 어떤 소설 같은 이야기를 덧대면 그것이 '스토리텔링'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신 것 같습니다. 거기다 "사회공헌"(CSR)이라는 단어의 어떤 활동이라도 하면 소비자들이 우리를 착한 기업이라고 생각해줄 것이라는 착각도 많이들 하는 것 같습니다.

제 입장에선 책에 정확하게 무엇이 담겨있는지는 예상하지 못한채 책 제목과 책에 대한 홍보 기사 등을 보고 끌려서 사게 된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 서핑"은 기업이나 브랜드에 있어 "진짜 스토리텔링"이란 과연 무엇인지, 나아가 "사회공헌"을 그저 '허울좋은' 마케팅 용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진심을 다해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보여주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유명한 의류브랜드인 파타고니아의 설립자이자 오너인 이본 쉬나드의 경영 철학서이자 환경운동에 대한 지침서입니다. 이본 쉬나드는 책의 여러 챕터를 통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내가 사업을 하는 것은 지구를 위해 할 일을 하다 보니 하게 된 것이지, 사업 그 자체 혹은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은 절대 아니다. 다른 누군가 간섭을 한다면 이런 목적을 위해 회사가 일을 할 수 없으므로, 파타고니아는 IPO 하거나 다른 곳에 절대로 팔지 않을거다"

*실제로 이본 쉬나드는 2022년 9월 본인과 가족의 지분을 전부 환경단체에 넘기는 파격행보를 보였습니다. ​

 

브랜딩을 하는 입장에선, 의사결정권자가 마음을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만큼 브랜딩 마케팅에 위협적인 요소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 브랜드의 이미지를 공고하게 형성시키기 위해선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 이미지라는 것은 진짜 "이미지"가 아니라 상품, 서비스 등 각 사업의 실체를 느끼는 소비자들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며, 마케팅은 이런 것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흘러가도록 밀어주고 당겨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제가 만나본 대부분의 의사결정권자들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당장 매출을 내야하니깐, 그리고 내가 얼마전에 읽은 기사 혹은 컨설팅을 하는 누군가 이렇게 이야기를 했으니깐 이렇게 해야한다라며 큰 고민 없이 방향을 이랬다 저랬다 바꾸곤 하셨습니다. 이런 식의 의사결정은 해당 브랜드를 이도적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버리게 되죠.

오너가 확실하고, 그 오너의 방향이 "환경보호를 위해 기업의 역량을 총 동원"한다는 것으로 명확한 파타고니아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조차 '환경보호를 위해 힘쓰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제대로 형성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환경보호'에 대한 기업의 철학은 파타고니아의 태생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암벽등반을 좋아하는 이본 쉬나드가 자신의 첫 사업제품이 오히려 암벽을 망친다는 점을 발견하곤 암벽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등반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면서 시작한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업철학은 다른 제품에도 영향을 미쳐 아웃도어 및 장시간 입어도 쉽게 망가지지 않는 의류를 만들고 식품사업에까지 영역을 펼치게 됩니다. 또한 회사에서 나오는 매출의 1% (순이익이 아닌, '매출'입니다!)를 풀뿌리 환경단체에 지원하고, 광고도 자신의 제품이 아니라 환경과 관련된 구호를 퍼뜨리기 위해 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회사의 조직문화도, 직원들이 스스로 즐길 수 없으면 안된다고 생각하며 '파도가 좋을 때는 서핑을' 할 수 있는 문화를 적극 장려하고 있습니다.

(물론 제가 일을 해보지 않았고, 파타고니아에서 일하는 직원도 알지 못하므로 진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

마케터가 아닌, 일반 독자로써 또 느낀 점은 나도 환경보호를 위해 오늘부터 휴지라도 덜 버려야 하지 않을까, 내가 환경운동을 당장 나서서 할 순 없으니 풀뿌리 환경단체를 찾아서 지원해보자 했던 것입니다. 그만큼 이 책은 파타고니아의 경영지침서이면서도 동시에 환경운동 서적이기도 합니다.

모든 것이 빠르게 진행되어야 하고, 무조건 많이 사게 만들어서 '인간의 경제적인' 부를 늘려나가야 하는 쉼이 없는 현대사회의 자본주의. 조만간 내 일이 없어지진 않을까, 나는 나이가 들면 무엇을 해야하지 초조한 생각을 하곤 하는 저에게 이본 쉬나드는 에필로그에서 묵직한 조언을 주었습니다.

40시간을 투자해 아름답고 기능적인 플라이 낚싯대를 만드는 장인에게는 늘 일자리가 있다.
모든 일에서 달인이 되는 길은 단순함을 향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복잡한 기술 대신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다. 많이 알수록 필요한 것은 적어진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