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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의 상상만큼 끝은 창대했을까 - The man in the High Castle (아마존프라임)

스트러글러 2023. 8. 4. 10:54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에서도 볼건 다 본 상황에서 결국 아마존프라임 (Amazon Prime) 비디오까지 가입해버린 후,

아마존이 한국에 런칭하기 전, 어둠의 경로로 봤던 The Man in the High Castle (한글제목: 높은 성의 사나이)이 생각나 다시 정주행을 했습니다.

소설 기반의 이 드라마는 "만약 2차 대전에서 연합군이 지고, 독일과 일본이 이겼다면 어떻게 되었을까"하는 무서운 상상에서 시작합니다.

 

 
독일 나치가 미국의 동부를, 일본 제국이 미국의 서부를 점령한 상상이 드라마의 기본 세팅

 

<강 스포 있음>

점령된 국가의 백성들은 우리가 그랬듯 저항군으로 독립운동을 하기도, 현실에 순응하고 살거나 밀정이 되기도, 혹은 양 진영이 손을 쓰지 않는 곳으로 도망을 가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높은 성의 사나이"가 배포하는 다른 현실 - 연합군이 이기고 독일과 일본이 패망하는 - 영상이 돌기 시작합니다.

높은 성의 사나이의 영상을 보고 운명에 따라 저항군이 된 줄리아나. 현실에 적응을 하다 못해 최고 권력자 자리까지 가게 되는 존 스미스

흥미를 끄는 상상력 만큼이나 시즌1/2는 시간가는 줄 모르게 재미있습니다. 주인공 줄리아나를 둘러싸고 있는 인물들의 관계, “높은 성의 사나이”의 존재에 대한 궁금함, 그리고 가장 중요한 연합군이 진 이 세상과 연합군이 이긴 저 세상은 어떻게 연결되는 것인지에 대한 호기심!

물론..스토리가 진행될수록 이 상황에서도 왜 일본인들은 강인한 혹은 멋진 캐릭터로 그려지는지? 하는 의문 혹은 기분 나쁨이 보는 내내 남아있긴 합니다.

심지어 독일과의 세계 3차 전쟁까지 갈뻔한 상황을 막은 것도 일본인이죠.

 

줄리아나에겐 아버지나 다름 없는 캐릭터. 평화주의자 일본인 타고미 장관
 
악랄한척해도 독일 나치에 비하면 이해가는 캐릭터로 그려지는 일본인 키도 경감

 

그래도 독일 나치 정권과 저항군간의 스토리라인을 더욱 극적으로 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하면 이 부분은 넘어갈 수 있습니다. 한국인으로 기분이 나쁠뿐 스토리라인을 해치진 않으니깐요.

(미국인들의 일본빠 기질은 어쩔 수 없어..라는게 솔직한 심정입니다만)

그.런.데

결국 연합군이 진 이 세상과, 연합군이 이긴 저 세상은 (예상하셨을지도 모르겠지만) 평행우주 입니다.

아..여기서도 평행우주구나. 그래..그 떡밥 주어담기 편한게 평행우주겠지 ㅠ

으..또 나왔다 그놈의 평행우주

 

 

결국 평행우주가 그렇게도 중요한 실마리였던 건데,

정작 이 평행우주 스토리가 본격 시작되기도 전에 시즌 1/2의 주요 캐릭터였던 남자 주인공들은 허무하게 죽거나, 나름 장엄한 최후를 맞이하며 스토리에서 사라집니다.

 
잘생긴 남주들 보는 맛도 있었습니다만..

 

이들의 죽음 이후에는 흑인 저항군세력의 운동과 줄리아나의 새 남자친구의 저항운동이 간간히 나오지만, 결국 석유파동으로 석유가 부족해 전전긍긍하던 일본 제국이 아주 평화롭게 미국을 떠나고 (...여기서도 둥절 포인트 하나 추가),

독일 나치정권은 미국 다 내꺼에 모자라 평행우주로 군사를 보내 모든 우주를 다 먹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웁니다.

그리고 이 계획을 알아차린 줄리아나와 저항군은 존 스미스의 개인사를 이용하여 생각보다 쉽게..그들을 저지합니다. 그리고 평행우주로 갈 수 있는 포털이 열리고, 다른 세상의 사람들이 이 세상을 평화롭게 구경하듯 들어옵니다. 그리고 처음 발단이었던 필름의 주인공 '높은 성의 사나이'는 다른 세상을 향해 걸음을 옮깁니다.

제가 이렇게 짧게 결론까지 썼듯, 처음보며 기대했던 것보다 드라마의 결론은 매우 싱겁습니다.

다른 우주로 향하는 포털

드라마 결말을 보고 난 후 저는 어쩔 수 없이 로스트, 왕좌의 게임을 생각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흥미로운 설정에서 시작해 많고 많은 떡밥을 양산한 후 주어담지 못하고 급하게 내린 결론..

 

높은 성의 사나이는 Season 5가 'cancel'이라고 보도된거 보면,

아마 포털이 열린 이후 이야기도 해보려고 하다가 제작비 등의 이유로 캔슬된듯 합니다. 시청자 입장에선 어쨌든 시즌1~4의 이야기가 마무리되었으니 다행인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 보고나니 허무함이 컸지만 그래도 높은 성의 사나이 아벤슨이 했던 아래 대사는 기억에 남네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황에 따라 자신을 변화시키며 좋은 사람이 되었다 나쁜 사람이 되었다 하는데, 너만은 그 어떤 우주에서도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행동했지.”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캐릭터가 존 스미스입니다. 나치의 최고권력자까지 신분상승하는 이 세상의 존, 평범한 세일즈맨으로 평화롭게 살아가는 저 세상의 존. 양쪽 모두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음에도 너무 다른 결론.

나는 어떤 모습으로 이 세상을 살고 있을까. 다른 선택이었다면 어땠을까.

한번쯤은 생각해보게 만들었으니 그래도 드라마를 본 시간이 아깝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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