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산후조리원 - 강남궁 후기 (23년 2월 기준)

스트러글러 2023. 5. 5. 12:39

산후조리원은 어떤 이들에게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이상한 문화로 인식되며 "저런데 돈을 쓰다니 쯧쯧, 여자들이 정신이 나갔네"하는 대상이 되곤 한다. 임신 전에는 나도 굳이 산후조리원을 비싼 가격에 이용해야 하나 의문이 있었지만, 임신 사실을 알자마자 산후조리원부터 예약해야 한다는 지인의 귀띔에 팔랑귀 나불거리며 6주차에 과감하게 조리원을 선택하였고 출산 이후 해당 조리원에 입소하였다.
그 조리원은 '강남궁'.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하다. 분만병원이었던 강남차병원에서 가까웠고, 강남권에서는 그래도 가격이 그나마 저렴한 편이었다. 나는  분만병원과 가까울 것 + 3주에 1,000만원을 넘지 않는다는 예산 라인을 정해두고 서칭했기에 선택에 어려움이 크게 없었다.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으나, 내가 입소했던 23년 2월 기준으로 강남궁은 코로나19의 이유로 남편은 한번만 입소할 수 있다. 즉 남편이 조리원에 상주하면서 회사를 출퇴근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안된다는 이야기. 한번 들어왔다가 나가면 다시는 못들어온다. 다만 편의점, 음식점 등 주변에 가까운 거리는 왕복이 가능하다. 산모와 아기는 병원 진료, 예방접종 외에는 외출이 일체 금지된다. (나는 사실 두어번 편의점에 나갔다 온적이 있는데 안내 직원에게 혼났다 ㅋㅋ;)
 
그래서 나는 아이와 2명이 먼저 들어갔고, 신랑은 내가 조리원에 있는 동안 주말을 이용해서 짧게 있다 갔다. 도착하자마자 신생아실 선생님이 나와 아이를 데려가고, 산모인 나에게는 안내직원의 OT - 방 안내, 시설 안내, 이용에 대한 안내 등 -가 진행된다. 방 시설 자체는 깔끔하고 나쁘지 않은 편이다. 특히나 산모라면 무조건 써야 하는 좌욕기는 쓸 때마다 감동이었고, 모션베드는 처음 써보았는데 꽤나 편안해서 놀랐다. 
다만, 조리원 위치가 건물들 사이에 끼어있어서 창밖 뷰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가장 윗층인 펜트룸은 좀 다르려나.. (나는 '골드룸'이었다)
 

다소 충격적이었던 창밖 뷰


밖은 못나가도 창문으로 하늘은 보아야 하는거 아닌가 싶어서 안내직원에게 이야기해서 방을 한번 바꿨다.

바꾸고 나니 하늘은 살짝 보인다만..ㅋ


 
식사는 아침, 점심, 저녁 그리고 중간중간 간식들이 제공되었다. 이미 많은 후기에서도 공유되고 있듯 식사/간식이 다 너무 맛있었고, 개인적으로 못먹는 음식이 있을경우 말하면 다른 것으로 대체해주었다. 나의 경우는 생선을 먹지 않는다고 말하였더니 아침마다 나오던 생선요리를 계란후라이로 바꿔서 주셨다.
 

조리원 생활 내내 모든 밥이 다 맛있었지만 개인적으로 감동이었던 베스트 3끼 ㅋ


 
산모들의 방은 2층부터 시작하는데, 신생아실은 1층에 있다. 24시간 베이비캠으로 아이를 체크할 수는 있는데, 아이들이 누워있는 크래들만 비추는 형식의 캠이라 아이가 거의 자는 모습만 볼 수 있다. 나같은 경우는 애가 자지 않고 깨어서 혼자 누워있으면 간혹 내려가서 아이를 받아오기도 하였다. 어찌보면 산후조리원에서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신생아실 선생님들이지 않을까 싶다. 강남궁은 3:1~4:1 수준으로 신생아실에 간호사분들이 배정되어 있다. 정확한지 모르겠지만 내 계산으로는 만실일 경우 총 16명의 아이/산모가 있고, 신생아실 간호사분들은 4분이 1조로 3교대를 하시는 것 같았다. 그분들의 진심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 간호사분들 그 누구도 아이들을 아끼지 않는 분이 없었다. 특히 좋았던 것은 신생아실 원장님이 매일 산모 한명 한명에게 아이의 몸무게, 상태를 아침마다 이야기해주었던 것. 퇴소하는 날에는 다른 것보다 이분들과 헤어지는게 슬퍼서 신생아실 선생님들께 인사할때 눈물이 차오르는 지경이었다. 참, 가슴마사지 해주시는 선생님은 신생아실 부원장이라고 하셨는데 아이를 다루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울던 아가가 부원장님 품에 딱 안기니깐 울음을 뚝..ㅋㅋ
 물론 24시간 모자동실이 좋다고는 하지만, 산모의 산후조리도 포기할 순 없기에 믿을만한 분들에게 아이를 맡기는 것은 중요한 문제 

또하나 내가 그래도 도우미를 연장해서 쓰는 것 대신 초반에 산후조리원에 가길 잘했다고 생각을 했던 부분은 소아과 의사의 정기적 회진이다. 강남궁의 소아과 선생님은 내 기준 약간 특이한..분이시긴 하지만, 매주 3회씩 아이를 체크해주고 이상이 있을 경우 꼼꼼히 이야기해주는 편이었다. 또 다른 아이들의 상태, 다른 산모들이 질문하는 것과 소아과 의사가 설명해주는 육아/의료는 나처럼 예방접종 관련된 것조차 잘 모르고 아무 생각이 없었던 산모에게 많은 교육이 되었다. 그리고 아이의 상태에 대하여 검색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부분을 시원하게 해결해주는 것들이 많았다. 조리원 퇴소 후 산후도우미와 만났을때 산후도우미가 잘못된 상식으로 아이를 대하려고 할때가 있었는데 그때 조리원에서 들은 의사의 설명과 답변들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산모의 산후조리에 있어선 마사지, 도수치료 프로그램이 있다. 이곳에 있으면서 마사지도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ㅋㅋ; 거의 매일 1시간씩 받게 되는 마사지도 물론 시원하긴 하지만 결국은 20분짜리 도수치료가 솔직히 더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마사지 회수와 도수치료 회수를 조금 더 적절한 발란싱으로 해주면 좋을 듯하다.
위에 언급한 가슴마사지 선생님 덕에 나는 젖몸살도 그리 어렵지 않게 지나갔다. 가슴마사지는 거의 매일 받을 수 있고, 이런저런 조언도 많이 해주신다.
 
 *참고로 많은 후기들이 이야기하듯  나처럼 기본마사지만 예약하고 간 사람에게는 추가 마사지프로그램을 영업하시는데, 나는 이야기만 잠깐 듣고 하지 않았다. 거절하실 분들은 단호박으로 거절하자. 그래도 마사지가 성의가 없어진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산후조리에 있어 주변에서, 그리고 온라인에서 이런저런 말들이 많지만 결국 선택은 산모 본인이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최대한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하실 수 있도록 내 개인적인 의견을 이렇게 온라인 지면을 통해 남겨본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