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밤 #최은영
친가도 외가도 할머니들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셨기에, 나는 그녀들의 얼굴조차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그녀들의 삶을 상상해본적조차 없다.
할머니의 엄마, 그 엄마의 엄마? 그저 어렴풋이 조선 말~일제시대에 힘든 삶을 사셨겠지 정도로만 생각했다.
“밝은 밤”은 지금을 살아가는 30대 여성과 그녀의 엄마, 엄마의 엄마(할머니), 그리고 할머니의 엄마(증조모) 각 시대별 여성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다.
여성이 누군가의 소유물로 여겨지기도 했던 시절, 전쟁통을 겪고 누군가와는 생이별을 해야했던 시절. 인간으로서의 삶 자체도 어려웠던 그 시절의 여성으로서의 삶은 더욱더 힘들었을 것이다. 그녀들은 어쨌든 살아야했기에 억척스럽게, 때론 강인하게 살아남았다.
세상이 달라지고 편해졌다고 해도 여성, 아니 인간으로서의 삶은 여전히 고통의 연속이다. 그래서 가까이 있는, 멀리 있어도 내편이 되어줄 이들을 붙잡고 살아야 숨이라도 쉬어지는 것이 아닐까. 서울로, 대전으로, 심지어 해외로까지 떠났던 그녀들이 다시 희령으로 모이는 이유가 그래서였을 것이다.
큰 강처럼 흘러가버린 역사 속에서 하나하나 물방울을 이루며 살아간 그네들의 삶. 그 속에는 내가 가늠하지도 못할 우주가 있었을터. 나는 끝내 그녀들의 삶을 백퍼센트 이해하진 못할 것이다. 그저 그녀들이 행복했었기를, 고통 속에서만 살다가진 않았기를 바랄 뿐.
“비가시권의 우주가 얼마나 큰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한 사람의 삶 안에도 측량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할 테니까. 나는 할머니를 만나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사실을 자연스레 이해할 수 있었다.”
‘쇼코의 미소’를 인상적으로 읽어서 소설가 최은영의 이름이 보이자마자 이 전자책을 읽었다. 그녀의 문장은 여전히 수려했고, 이 소설에선 스토리텔링도 무르익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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